황경태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한국IT서비스관리포럼 국제대표
지난 정권에서 대학 교육정책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학생들의 선택권 보장과 학부에서의 제너럴리스트 양성을 지향하는 학부제였다. 학부제란 학생들을 광역단위로 선발해 1학년말 또는 2학년말에 해당 모집 단위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문학, 사학, 철학으로 대표되는 문사철 전공을 학생들이 거의 선택하지 않아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요즘 대학에서는 문사철 전공뿐만 아니라 IT 관련 전공도 같은 위기에 처하고 있다. 모 대학 경영정보학과는 300여명의 경영대 모집단 중에서 10명 이하의 학생들만이 지원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 대학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IT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생각해 보지도 않은 일일 것이고, 자신들의 대학 시절을 생각해 보면 믿을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 원인은 IT의 보편적인 확산으로 인한 IT고유의 특성 및 전문성 상실, 전문 인력의 공급자인 대학의 변화에 대한 대응 미흡, 수요자인 IT 업계의 IT 인력에 대한 비전 및 유인책 제시 미흡, 교육당국의 획일적인 규제, 학생들의 어려운 전공 회피 경향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가장 반성해야 할 당사자는 대학이라고 판단된다. IT가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융합되고 사용자들의 IT 활용 능력이 높아지면서, IT만의 전문성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IT에 대한 전문성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교육 과정은 여전히 80~9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제 미래 IT 인력의 역할에 걸맞은 교육 과정을 수립하여 학문 분야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학문적으로 고사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정보통신부의 해체도 이러한 정체성 부족 측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대학뿐만 아니라 전체 학계 차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업계와 공조하여 현실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IT 업계는 지금도 개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향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원인은 IT 분야가 3D 직종의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열심히 해 봐야, 조직에서 크게 인정도 못 받고, 보수도 노력에 못 미친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IT 인력들에게 개인적 발전을 위한 비전과 실제적인 보상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의 수립이 절실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인력의 공급자인 대학과 보다 적극적이고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모 대형SI업체의 경우에는 신입사원 채용시 MIS 학과에는 인사코드도 부여하지 않아, 매번 인사부서에 사정해 일시적으로 인사코드를 부여하고 있어 가뜩이나 학생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MIS 학과의 졸업생이 진정으로 필요하지 않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재교육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비된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대학과 공조해 교육과정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과제로의 전환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학부제에서는 IT 관련 전공을 제대로 접해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감성이나 소문에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다. 때문에, 자연히 프로그래밍 등 상대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교과목을 이수해야 하는 IT전공이 제대로 경쟁할 수 없는 체제였다. 또 지금까지는 정보통신부가 주도적으로 IT 관련 전공의 교육에 대한 지원을 제공했다. 이제 정보통신부의 기능이 여러 부서로 분산된 상황에서 IT 관련 전공의 지원을 계획하고 시행할 조직과 체계의 정비 또한 필요할 것이다.
IT 관련 전공의 학문적인 중요성이나 특히 실용 학문으로서의 실무적인 가치가 없다면, 대학에서 특정 전공의 존폐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IT가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서 기업과 조직의 경쟁력 제고에 필요성이 높고, 더 나아가서 국가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관련 당사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긴박한 시점이다.
◇약력 :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조지워싱턴대 대학원 석사, 뉴욕주립대 대학원 박사, 한국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ISACA Korea) 회장, 한국IT서비스관리포럼(itSMF Korea) 국제대표 ISO/IEC JTC1 Study Group on IT Governance 전문위원, 국무조정실 자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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