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요즘과 같이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많은 기업들이 유일하게 구사하는 전략 아닌 전략이 바로 `비용절감'이다. 전사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IT 부문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필자는 지난 6월 16일 개최된 2009 ISACA-itSMF 통합 국제 콘퍼런스에서 `경제위기 시대에서의 IT 거버넌스와 IT서비스관리(ITSM)의 역할은 무엇인가?'란 주제로 해외석학들과 함께 패널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에 참석한 각 국 석학들은 IT가 기업운영의 필수재로 자리잡은 오늘날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비용절감은 선택 가능한 수많은 전술 중 하나에 불과하며,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은 `기업 가치의 극대화'라면서 이를 위한 스마트한 투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필자는 스마트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직역량은 바로 `IT 거버넌스'라고 생각한다. IT 거버넌스는 비즈니스 전략에 부합하는 IT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IT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있어서 적격한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는 통제관리 체계이기 때문이다.기업이나 기업 내 IT 부서 모두 기업 내ㆍ외부 수요자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오늘날의 시장 환경에서 IT 거버넌스 체계 구축은 더욱 긴요하다. 효과적인 IT 거버넌스 체계는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는 기본 토대를 제공하며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필자를 포함한 패널리스트 모두는 IT 거버넌스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수준 및 전개방식이 한층 더 성숙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식을 같이 했다. 주요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첫째, 현재 많은 기업들에서 IT 거버넌스 체계가 여전히 공급자인 IT부서 중심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IT 경영혁신 방법론과 솔루션(COBIT, PPM, ITSM) 도입이 IT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전부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처한 현실과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IT의 운용정책이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수요자인 현업 부서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바람직한 `IT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IT 거버넌스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무엇인지 기업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둘째, IT 거버넌스 체계는 그에 상응하는 조직의 변화와 경영진과 구성원들의 마인드 변화가 수반될 때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현업 구성원들로 하여금 IT자원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의 책임감을 가지도록 하고 IT를 통해 기업을 변화케 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IT 구성원들의 경우 IT 서비스를 현업에 제대로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현업 부서와의 긴밀한 공조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상호 간에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요컨대 IT 거버넌스 체계를 고도화하고 그로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값비싼 솔루션과 인프라의 도입이 아니라 새로운 지배구조가 조직 내에 깊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조직적 노력들이다. 즉 IT 거버넌스는 어디까지나 테크놀로지 이슈가 아니라 `피플(people) 이슈'인 것이다.혹자는 이번 위기가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녔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그간의 경제사가 말해주듯이 경기는 순환하게 마련이며, 이미 각종 선행지표가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따라서 기업들은 무분별한 투자삭감으로 기초 체력마저 저하시키기보다는, 경제불황이라는 외압을 기업 내부의 체질 개선, 특히 수요자와 공급자관점을 모두 아우르는 `가치중심의 IT 거버넌스 체계'의 고도화가 우리 기업들에게 필요하다고 하겠다.